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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량 골목 오르기 (이바구길, 168계단, 산복도로)

by lemvra 2026. 8. 1.

부산 초량은 부산역 뒤편 산비탈에 자리한 동네다. 6·25 피란 시절 사람들이 산으로 산으로 집을 지어 올라간 흔적이 지금도 골목마다 남아 있다. 이바구길은 그 이야기를 따라 걷는 길이고, 168계단은 그 길에서 가장 가파른 구간이다. 청주에서 세 시간 가까이 걸리는 거리라 1박 2일 부산 일정 중 하루를 초량에 뒀다. 11월 초겨울에 걸었다. 168계단을 다 오르고 나서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헉헉댔던 얘기부터, 산복도로 전망대에서 본 부산항 야경까지 정리해두겠다.

이바구길, 골목마다 이야기가 붙어 있다

부산 초량 이바구길 산비탈 골목과 옛 피란 마을 풍경

'이바구'는 이야기의 부산 사투리다. 이바구길은 부산역 뒤편 초량동 산비탈을 따라 이어지는 도보 코스인데, 근현대 부산의 이야기를 따라 걷도록 만들어졌다. 옛 백제병원 건물에서 시작해 초량교회, 담장 갤러리, 김민부 전망대 등을 지나 산복도로까지 이어진다. 골목마다 안내판이 붙어 있어서 이 동네가 어떤 시절을 지나왔는지 읽으며 걷는다.

출발점인 옛 백제병원은 1920년대에 지어진 부산 최초의 근대식 개인 종합병원 건물이다. 지금은 카페와 상가로 쓰이는데, 붉은 벽돌 외관에 세월이 그대로 남아 있다. 아이들한테 "100년 된 병원 건물이야"라고 하니까 첫째가 신기해했다. 여기서부터 골목을 따라 올라가는 게 이바구길의 시작이다.

길이 계속 오르막이다. 산비탈 동네라 평지가 거의 없다. 골목이 좁고 계단이 많아서 유모차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막내가 걷다가 힘들다고 해서 중간중간 업었다. 대신 골목마다 담벼락에 그림이 있고 옛날 물건들이 전시돼 있어서 아이들이 구경하며 걷는 재미는 있었다. 옛날 교복을 입어보는 포토존, 옛 물지게를 져보는 체험 지점도 있었다.

이바구길은 전체를 다 걸으면 두 시간 이상 걸린다. 오르막이 계속되니 체력 안배가 필요하다. 편한 운동화는 필수다. 구두나 슬리퍼로는 힘들다. 중간에 카페와 쉼터가 있어서 쉬어가며 걷는 게 맞다. 초겨울이라 걷기엔 시원했는데, 오르막을 오르다 보면 땀이 났다가 멈추면 식어서 추웠다. 겉옷을 벗었다 입었다 반복했다.

이바구길 방문 핵심 내용 메모
위치 부산 동구 초량동 / 부산역 뒤편 근현대 스토리 도보길
출발점 옛 백제병원 (1920년대 근대 건물) 현재 카페·상가
지형 계속 오르막 / 계단 많음 유모차 불가 / 운동화 필수
전체 소요 천천히 걸으면 2시간 이상 중간 쉼터·카페 활용
아이 동반 체험·포토존 있어 구경 재미 어린아이 업을 각오

168계단, 숫자보다 가파르다

부산 초량 168계단 가파른 계단과 모노레일, 항구 전망 풍경

168계단은 이바구길에서 가장 유명한 구간이다. 이름 그대로 168개의 계단이 거의 일직선으로 가파르게 이어진다. 피란 시절 산 위 판자촌에 살던 사람들이 부두로 일하러 내려가고 물을 길어 올리던 생활의 길이었다. 지금은 부산 산복도로의 상징적인 장소가 됐다.

계단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아찔하다. 경사가 워낙 급해서 계단 끝이 부산항으로 곧장 떨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그 너머로 부산역과 항구가 펼쳐진다. 이 풍경 때문에 168계단이 사진 명소가 됐다. 계단 위에 서서 항구를 배경으로 찍으면 부산 특유의 산복도로 풍경이 나온다.

올라가는 게 만만치 않다. 168개를 쉬지 않고 오르면 다리가 후들거린다. 다행히 계단 옆에 모노레일이 설치돼 있다. 계단을 오르기 힘든 사람을 위해 만든 무료 모노레일인데, 이걸 타면 앉아서 편하게 올라갈 수 있다. 우리는 올라갈 때 아이들과 모노레일을 타고, 내려올 때 계단으로 걸었다. 이 조합이 현명했다. 어린아이나 어르신과 함께라면 모노레일을 적극 활용하는 게 좋다.

내려오는 계단길에서 막내가 한 칸씩 세며 내려갔다. 백 몇 개까지 세다가 놓치고 다시 세기를 반복했다. 계단 중간에 쉼터와 옛 우물터가 있어서 그 시절 이야기를 읽었다. 물이 귀했던 산동네에서 이 계단을 물지게를 지고 오르내렸다는 설명을 아이들이 조용히 들었다. 계단 하나에도 사람들의 고단한 생활이 배어 있다는 걸 이 자리에서 느꼈다.

168계단 방문 팁 내용
위치 부산 동구 초량동 / 이바구길 구간
특징 168개 가파른 계단 / 피란 시절 생활길
모노레일 계단 옆 무료 운행 / 오를 때 이용 권장
전망 계단 위에서 부산항·부산역 조망 / 사진 명소
아이 동반 오를 땐 모노레일 / 내려올 땐 계단 추천

차이나타운과 산복도로 전망대

부산 초량 차이나타운 중화거리 홍등과 중국풍 상점 풍경

부산역 차이나타운은 부산역 바로 건너편에 있다. 이바구길과 168계단을 산 위에서 다 걷고 내려오면 부산역 쪽으로 이어지는데, 그 앞에 차이나타운 거리가 있다. 개항기부터 화교들이 모여 살던 곳이라 오랜 역사를 가진 중화거리다. 붉은 등과 중국풍 간판, 중국 음식점이 거리를 채운다.

점심을 여기서 먹었다. 정통 중화요리 식당이 많은데 짜장면과 탕수육을 시켰다. 아이들이 익숙한 메뉴라 잘 먹었다. 짜장면 한 그릇에 7,000~8,000원 선이었고 탕수육은 크기별로 가격이 나뉘었다. 화교가 운영하는 오래된 중식당들이라 맛이 깊었다. 거리 자체는 크지 않아서 걸으며 구경하는 데 30분이면 된다. 중국 식료품이나 기념품을 파는 가게도 있어서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차이나타운 주변은 예전 텍사스거리로도 불리던 곳이라 이국적인 분위기가 강하다. 러시아어 간판도 섞여 있어서 국내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든 거리 풍경이다. 낮에는 무난한데 밤에는 유흥가 성격이 강해지니, 아이 동반이라면 낮에 둘러보는 게 맞다.

산복도로 전망대는 초량 여행의 마무리로 좋다. 산복도로는 산 중턱을 따라 난 도로라는 뜻인데, 초량 산비탈을 가로지르는 이 도로변에 전망대가 여러 곳 있다. 168계단 위 김민부 전망대도 그중 하나고, 유치환 우체통이 있는 전망대도 유명하다. 여기서 부산항과 부산역, 원도심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우리는 해 질 무렵 전망대에 올랐다. 낮에 이바구길과 168계단을 다 걷고, 차이나타운에서 점심을 먹은 뒤 오후 늦게 산복도로로 다시 올라온 거다. 해가 지면서 부산항에 불이 하나둘 켜지는 걸 봤다. 항구의 크레인과 배들, 그 너머 바다에 노을이 물들었다. 아이들도 조용히 야경을 봤다. 막내가 "부산 진짜 크다"고 했다. 산 위에서 내려다본 부산의 규모가 아이 눈에도 크게 느껴진 모양이다. 산복도로 전망대는 야경 시간이 가장 좋다. 낮보다 해 질 녘에 맞춰 올라가는 걸 권한다.

초량 하루를 정리하며

초량은 걷는 여행지다. 이바구길과 168계단, 산복도로가 다 도보로 이어지는 코스라 차는 부산역 근처에 세우고 걸어서 도는 게 낫다. 산비탈을 오르내리는 코스라 체력 소모가 있으니 편한 신발과 물, 그리고 모노레일 활용이 중요하다. 하루 종일 오르막을 걸어서 저녁엔 다들 다리가 뻐근했다.

숙소는 부산역 근처로 잡았다. 부산역 인근이라 교통이 편하고 다음 날 다른 부산 일정으로 이동하기도 좋았다. 저녁은 부산역 주변에서 돼지국밥으로 먹었다. 부산 하면 돼지국밥인데, 초량 근처에 오래된 돼지국밥 골목이 있다. 한 그릇에 9,000원 정도였고 아이들도 잘 먹었다.

초량은 관광지로 꾸며진 곳이 아니라 실제 사람들이 살아온 동네의 이야기를 걷는 곳이다. 화려한 볼거리를 기대하면 다를 수 있지만, 부산의 근현대사와 피란 시절 삶의 흔적을 느끼고 싶다면 이만한 곳이 없다. 아이들한테도 계단 하나, 골목 하나에 담긴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어서 의미 있었다. 첫째가 집에 와서 6·25 피란 얘기를 다시 물었다. 그것으로 이 여행이 남긴 게 있었다고 생각한다. 다음에 온다면 산복도로 야경을 제대로 보러 저녁 시간에 맞춰 다시 오고 싶다.

장소 11월 방문 포인트 솔직한 한 줄 평 소요 시간 입장료
이바구길 근현대 스토리 골목 / 체험 포토존 계속 오르막 / 운동화·업을 각오 2시간 이상 무료
168계단 가파른 계단 / 항구 전망 숫자보다 가파름 / 모노레일 활용 30분 무료
차이나타운 중화거리 / 정통 중식 짜장면 7~8천원 / 낮에 둘러보기 30~40분 무료(식사 별도)
산복도로 전망대 부산항 조망 / 야경 명소 해 질 녘이 최고 / 초량 마무리 코스 30분~1시간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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