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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 오래된 골목과 청계천 사이

by lemvra 2026. 5. 10.

서울 나들이 마지막 날 잡은 코스다. 을지로 일대는 이름은 익숙한데 직접 걸어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인쇄소랑 철물점이 빽빽하게 들어선 골목 사이에 감성 카페가 끼어 있고, 그 옆에 세운상가가 있고, 조금 더 가면 청계천이 나온다. 5월 오전에 출발해서 오후까지 이 동네를 천천히 걸었다.

을지로 골목, 낡음이 힙이 된 동네

을지로 골목에 있는 오래된 철공소와 낡은 모습의 골목길

을지로는 묘한 동네다. 수십 년 된 인쇄소, 철물점, 배관 자재 가게가 즐비한 골목 사이에 오래된 건물을 그대로 살려서 만든 카페와 바가 끼어 있다. 낡고 지저분한 골목이 그 자체로 분위기가 되는 곳인데, 어디서부터 시작된 건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서울에서 손꼽히는 핫플이 됐다.

을지로3가역 쪽 골목부터 걸어 들어갔다. 낮 시간이라 카페보다 철물점 아저씨들이 더 많았다. 리어카로 자재 나르고, 용접 불꽃이 튀고, 그 옆에서 노트북 펼친 사람이 커피를 마신다. 이 조합이 어색할 것 같은데 실제로 보면 그냥 자연스럽다. 아이들은 용접하는 걸 신기하게 쳐다봤다.

낮 시간 을지로 카페들은 조용한 편이다. 저녁엔 완전히 다른 동네가 된다고 하는데 아이 셋 데리고 저녁 을지로는 좀 무리였다. 낮 동선으로만 봐도 골목 분위기는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다만 아이들한테 흥미 요소가 많은 곳은 아니다. 어른 취향의 공간이고, 골목 자체가 좁고 복잡해서 막내 손을 놓으면 안 됐다.

알아두면 좋은 것 내용
접근 2·3호선 을지로3가역 도보 5분 이내
낮 vs 저녁 낮은 철물·인쇄 골목 / 저녁은 카페·바 위주로 변함
아이 동반 골목 복잡 / 어른 취향 중심 / 손 잡고 다녀야 함
소요 시간 1~1시간 30분

세운상가와 충무로 골목

세운상가 루프탑에서 바라본 세운광장과 종묘

을지로 골목에서 나와 세운상가로 걸어 들어갔다. 1968년에 지어진 건물인데 지금도 1층에는 전자부품 가게들이 영업 중이다. 오래된 전자상가 특유의 냄새랑 형광등 빛이 있다. 최근 도시재생 사업으로 건물 상층부와 루프탑 구간이 정비됐는데, 위로 올라가면 서울 도심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루프탑에서 보는 뷰가 꽤 괜찮다. 종묘, 남산, 낙산이 한 방향에 보이고 서울 도심의 빽빽한 풍경이 펼쳐진다. 5월 맑은 날이라 시야가 좋았다. 아이들이 "저기 남산타워다"라고 손가락을 들었다. 올라가는 데 별도 비용이 없고 엘리베이터가 있어서 막내도 무리 없이 올라갔다.

충무로 골목은 세운상가 바로 옆이다. 인쇄·출판 관련 가게들이 모여 있는 오래된 골목인데 을지로보다 더 조용하고 한산하다. 관광 목적으로 찾아오는 사람보다 실제로 이 동네에서 일하는 사람들 비중이 높은 느낌이었다. 30분 정도 골목을 돌았는데 낡은 간판들이 자꾸 눈에 밟혔다. 없어지기 전에 봐둬야 하는 풍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청계천 산책, 잠깐 쉬어가는 구간

청계천 수변 산책로와 돌다리

세운상가에서 나오면 바로 청계천 수변이 연결된다. 복개된 하천을 다시 열어 조성한 공간인데, 도심 한복판을 흐르는 물길이라는 게 새삼 신기하다. 5월이라 수변 식물들이 초록으로 올라와 있었고 물소리가 시원했다.

청계천 산책로는 수변 아래로 내려가서 걷는 구조다. 차도 소음이 위에 있고 아래로 내려오면 의외로 조용하다. 아이들이 징검다리를 건너는 걸 좋아했다. 막내가 돌 위에서 균형 잡느라 집중하는 사이 잠깐 조용해졌다. 걷다 보면 중간중간 위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어서 원하는 곳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청계천은 길이가 길다. 전부 걷는 건 체력이 필요하고, 우리는 광교 부근에서 올라와서 점심을 먹으러 이동했다. 점심은 을지로 쪽 해장국 식당에서 먹었는데 오래된 집이라 양이 많고 가격이 합리적이었다. 서울 도심에서 이런 가격이 아직 남아 있다는 게 신기했다.

장소 5월 방문 포인트 소요 시간 입장료
을지로 골목 철물·인쇄 골목 낮 분위기 1~1시간 30분 무료
세운상가 루프탑 도심 전망 / 봄 맑은 날 시야 좋음 30~40분 무료
충무로 골목 조용한 인쇄 골목 / 오래된 서울 풍경 20~30분 무료
청계천 초록 수변 / 징검다리 / 도심 속 물길 30분~1시간 무료

을지로 일대를 걷고 난 뒤

을지로에서 청계천까지 이어지는 이 동네는 서울에서 가장 속도가 느린 구역인 것 같다. 도심 한복판인데 낡은 것들이 아직 남아 있고, 그게 묘하게 위안이 된다. 아이들한테는 솔직히 어려운 공간이다. 흥미 포인트가 많지 않고 이해하기 어려운 요소들이 많다. 그런데 용접 불꽃이랑 징검다리는 기억하더라.

이틀 반 동안 서울 여러 구역을 걸었다. 성수동, 익선동, 을지로까지 다 다른 결이었는데, 아이들이 가장 좋아한 건 서울숲이었고 어른들이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을지로였다. 그 온도 차이가 서울 여행의 현실이다. 다음에 또 서울 온다면 아이들 위주 동선과 어른 위주 동선을 좀 더 분리해서 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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