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산은 도심 한복판에 있는 산이다. 정상에 남산타워가 있고, 그 아래로 둘레길과 오래된 동네들이 이어진다. 남산타워만 보고 내려가는 사람이 많은데, 남산의 진짜 매력은 그 아래 골목에 있다고 생각했다. 청주에서 한 시간 반이면 서울이라 당일치기로 잡았다. 10월 가을, 단풍이 들기 시작하는 시기에 다녀왔다. 남산타워에서 서울을 내려다보고, 둘레길을 걷고, 해방촌과 후암동 골목을 지났다. 서울에서 이렇게 걷기만 한 하루는 처음이었는데 의외로 좋았다. 주차부터 얘기해야겠다.
남산타워와 둘레길, 서울 위를 걷다

남산타워는 정식 이름이 N서울타워다. 남산 정상에 있어서 서울 어디서든 보이는 랜드마크다. 문제는 정상까지 어떻게 올라가느냐다. 자가용으로 남산 정상 바로 아래까지 갈 수 없다. 남산 도로가 일반 차량 통행이 제한돼 있어서, 케이블카나 남산 순환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우리는 명동 쪽에 주차하고 케이블카를 탔다.
서울 도심 주차가 만만치 않다. 명동 인근 주차장에 세웠는데 시간당 요금이 꽤 나왔다. 서울에서 차를 오래 세워두면 주차비가 부담이다. 남산에 갈 거면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주차 시간을 최소화하는 계획이 필요하다. 우리는 아이 셋이라 차를 가져갔지만, 다음엔 지하철로 올까 고민했을 정도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는 동안 아이들이 창밖을 봤다. 남산 숲이 발아래로 지나가는데 10월이라 단풍이 물들기 시작했다. 정상에 내려 타워 전망대에 올랐다. 서울 시내가 360도로 펼쳐지는데, 이 도시가 이렇게 크다는 게 위에서 보니 실감이 났다. 막내가 "집이 엄청 많다"고 했다. 전망대는 유료 입장인데, 굳이 전망대에 올라가지 않아도 타워 아래 광장에서 보는 서울 풍경만으로도 충분하다. 아이들과는 광장에서 보는 것도 괜찮다.
타워 아래에서 남산 둘레길로 이어진다. 남산을 한 바퀴 도는 순환 산책로인데, 정상 부근부터 완만하게 이어져서 걷기 좋다. 10월이라 단풍이 든 숲길을 걷는 게 이날의 백미였다. 도심 한복판에 이렇게 짙은 숲이 있다는 게 신기했다. 다만 전체를 다 걸으면 시간이 오래 걸리니, 아이들과는 정상에서 해방촌 방향으로 내려가는 구간만 걸었다. 사랑의 자물쇠가 걸린 난간 앞에서 아이들이 한참 구경했다.
| 남산타워·둘레길 방문 핵심 | 내용 | 메모 |
| 정상 접근 | 케이블카 / 남산 순환버스 | 자가용 정상 진입 불가 |
| 주차 | 도심 주차 비쌈 / 대중교통 권장 | 명동·회현 인근 유료 |
| 전망대 | 유료 / 광장 무료 조망도 충분 | 아이 동반 시 광장도 OK |
| 10월 둘레길 | 단풍 숲길 / 완만해서 걷기 좋음 | 구간 골라 걷기 |
해방촌, 언덕 위 이국 골목

해방촌은 남산 남쪽 자락 언덕에 자리한 동네다. 이름은 광복 후 해외에서 돌아온 사람들과 실향민들이 이 언덕에 모여 살면서 붙었다. 오랫동안 서민 동네였는데, 최근 몇 년 사이 개성 있는 카페와 공방, 식당이 들어서면서 젊은 사람들이 찾는 골목이 됐다. 남산 둘레길에서 내려오면 바로 이어진다.
언덕이라 골목이 가파르다. 오르막과 계단이 많아서 걷다 보면 다리가 뻐근하다. 대신 언덕 위라 골목 사이사이로 남산타워가 보이는 구도가 나온다. 오래된 주택과 새로 생긴 감각적인 가게가 뒤섞여 있는 게 해방촌 특유의 분위기다. 낡은 것과 새것이 공존하는 골목이다. 신흥시장이라는 오래된 시장 안에 요즘 감성의 가게들이 들어선 것도 독특했다.
카페가 많다. 언덕 위 전망 좋은 카페에서 잠깐 쉬었다. 커피와 음료를 시켰는데 5인이 마시니 2만 원이 넘었다. 서울 인기 동네 카페라 가격대가 있는 편이다. 아이들은 음료를 마시며 창밖 남산타워를 봤다. 해방촌은 카페 골목이라 아이들이 흥미로워할 요소는 많지 않지만, 언덕을 오르내리며 골목을 구경하는 것 자체가 산책이 됐다.
솔직히 말하면 해방촌은 아이 동반 가족보다 젊은 사람들의 골목이다. 감각적인 카페와 소품 가게 위주라, 아이들은 금방 지루해할 수 있다. 대신 어른들한테는 걷는 재미가 있는 동네다. 오르막이 많으니 편한 신발이 필수다. 주차가 거의 불가능한 좁은 골목이라 남산이나 인근에 세우고 걸어 들어가는 게 맞다.
후암동 골목, 오래된 동네의 결

후암동은 해방촌에서 이어지는 남산 서쪽 자락 동네다. 서울역과 가까운데도 시간이 멈춘 듯한 오래된 골목이 남아 있다. 해방촌이 카페로 뜬 동네라면, 후암동은 아직 그 변화가 덜한 옛 동네의 결이 진하게 남아 있다. 낡은 주택과 오래된 가게, 좁은 계단 골목이 이어진다.
후암동을 걸으면 서울에 이런 동네가 남아 있나 싶다. 재개발이 비껴간 골목에 오래된 이발소, 세탁소, 작은 슈퍼가 그대로 있다. 벽돌 주택과 계단, 좁은 골목이 서울의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아이들한테는 별 감흥이 없을 수 있는데, 오히려 아이들이 좁은 계단 골목을 탐험하듯 뛰어다녔다. 골목이 미로처럼 이어져서 아이들한테는 그게 놀이가 됐다.
후암동에도 최근 카페와 식당이 조금씩 생기고 있다. 오래된 주택을 개조한 가게들인데, 옛것과 새것이 섞이는 과정이 해방촌보다 이제 막 시작된 느낌이다. 우리는 후암동의 오래된 노포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백반집이었는데 정갈하고 저렴했다. 1인 8,000원 정도였고 반찬이 푸짐했다. 아이들이 집밥 같다며 잘 먹었다. 관광지 식당보다 이런 동네 밥집이 오히려 편했다.
후암동은 특별한 볼거리가 있는 곳은 아니다. 그냥 오래된 서울 동네를 걷는 곳이다. 화려한 관광지를 기대하면 다를 수 있지만, 서울의 옛 골목 정취를 느끼고 싶다면 후암동만 한 곳이 없다. 남산 서쪽 자락이라 골목 끝에서 남산타워가 보이는 구도가 곳곳에 있다. 계단과 오르막이 많으니 편한 신발이 필요하고, 주차는 어려우니 도보로 도는 게 맞다.
서울 남산 하루를 정리하며
귀가는 오후 5시쯤 서울을 빠져나왔다. 청주까지 한 시간 40분 정도 걸렸는데, 서울 도심을 빠져나오는 구간이 막혀서 시간이 더 걸렸다. 서울 당일치기는 도심을 벗어나는 시간대를 잘 잡는 게 중요하다. 퇴근 시간과 겹치면 도심 정체가 심하다.
이날은 서울에서 걷기만 한 하루였다. 남산타워라는 유명 관광지에서 시작했지만, 진짜 좋았던 건 그 아래 해방촌과 후암동 골목이었다. 유명한 곳만 찍고 오는 여행이 아니라, 동네를 천천히 걷는 여행이 이렇게 다른 맛이라는 걸 느꼈다. 아이들은 남산타워 케이블카를 가장 좋아했고, 골목 탐험도 나름 즐거워했다. 첫째가 "서울에도 이런 골목이 있네"라고 했다. 서울이 고층 빌딩만 있는 줄 알았던 아이한테 오래된 동네를 보여준 게 의미 있었다.
서울은 청주에서 가깝지만 도심 주차와 정체 때문에 자가용 여행이 마냥 편하지는 않다. 남산과 그 아래 골목을 걸을 계획이라면 대중교통을 적극 고려하는 게 낫다. 다음에 온다면 차를 두고 지하철로 와서, 남산 둘레길을 더 길게 걷고 해방촌 노을까지 보고 싶다. 언덕 위에서 보는 서울 야경이 좋다는데, 이번엔 낮에만 봐서 그게 아쉬움으로 남았다.
| 장소 | 10월 방문 포인트 | 솔직한 한 줄 평 | 소요 시간 |
| 남산타워·둘레길 | 단풍 숲길 / 서울 조망 | 케이블카 필수 / 광장 조망도 충분 | 2시간 |
| 해방촌 | 언덕 카페 골목 / 남산 조망 | 젊은 감성 골목 / 오르막 많음 | 1시간~1시간 30분 |
| 후암동 골목 | 옛 서울 동네 / 노포 밥집 | 화려함 없지만 정취 있음 / 백반 8천원 | 1시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