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장은 해운대 너머에 있다. 부산이라고 하면 해운대, 광안리만 떠올렸는데 기장은 또 다른 결이었다. 바다 위에 지어진 해동용궁사, 대숲이 가득한 아홉산숲, 바닷가 작은 죽성성당, 일출 명소 오랑대공원까지. 청주에서 세 시간 가까이 걸리는 거리라 1박 2일로 잡았다. 6월 초여름에 다녀왔는데, 해안 절벽 위에 지어진 용궁사를 처음 봤을 때의 인상이 아직 남아 있다. 다만 그 인상을 제대로 느끼려면 사람이 적은 시간을 골라야 한다는 걸 다녀와서 알았다.
해동용궁사, 바다 위 절을 보려면 시간을 골라야

해동용궁사는 기장군 기장읍 해안 절벽에 자리한 사찰이다. 대부분의 절이 산속에 있는 것과 달리 바다 바로 옆에 지어졌다. 파도가 치는 절벽 위에 전각이 서 있는 풍경이 이 절의 핵심이다. 입구에서 절까지 내려가는 계단이 108개라고 하는데, 내려가면서 바다가 점점 가까워지는 구조다.
문제는 사람이다. 워낙 유명한 곳이라 주말 낮에는 계단부터 사람이 가득하다. 우리는 둘째 날 오전 8시쯤 도착했는데, 그 시간에도 이미 관광객이 꽤 있었다. 그래도 낮보다는 훨씬 나았다. 오전 9시가 넘어가면서 단체 관광버스가 들어오기 시작하니까 그 전에 보는 게 맞다. 해동용궁사는 이른 아침이 답이다. 사람에 떠밀려 보면 이 절의 분위기를 절반도 못 느낀다.
아이들이 파도 소리에 반응했다. 절 마당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바위에 파도가 부딪히는데 막내가 "절인데 바다 소리가 나"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일반적인 사찰의 고요함과 파도 소리가 섞인 묘한 공간이다. 6월 초라 바닷바람이 시원했다. 여름 한낮에 왔다면 계단 오르내리는 게 힘들었을 텐데 이른 시간이라 견딜 만했다.
입장료가 없고 주차는 유료 주차장을 이용한다. 주차장에서 절 입구까지 상가 골목을 지나는데, 이 골목이 아침엔 한산하고 낮엔 북적인다. 어묵이나 호두과자 같은 간식을 파는데 아침에는 문을 안 연 곳이 많았다. 간식을 먹고 싶다면 절 보고 나오는 길에 사는 게 맞다.
| 해동용궁사 방문 핵심 | 내용 | 메모 |
| 위치 | 부산 기장군 기장읍 해안 절벽 | 바다 위 사찰 |
| 최적 시간 | 오전 8시 이전 / 9시 후 단체관광 몰림 | 낮 주말은 매우 혼잡 |
| 계단 | 입구~절 108계단 / 내려갔다 올라옴 | 여름 한낮은 체력 소모 |
| 입장료·주차 | 입장 무료 / 주차 유료 | 상가 골목은 낮에 활성화 |
아홉산숲, 대숲이 만든 다른 세계

아홉산숲은 기장군 철마면에 있는 사유림이다. 한 가문이 400년 가까이 가꿔온 숲인데, 대나무 숲이 특히 유명하다.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로도 알려졌다. 입구에서 들어가면 대숲 길이 나오는데, 빽빽한 대나무 사이로 햇빛이 가늘게 들어오는 풍경이 인상적이다.
대숲에 들어서면 기온이 확 떨어진다. 6월 초여름인데 대숲 안은 서늘했다. 대나무가 햇빛을 막아주고 바람이 통하니까 천연 에어컨 같았다. 아이들이 대나무를 올려다보며 "하늘이 안 보여"라고 했다. 키 큰 대나무가 빽빽해서 위를 보면 초록 천장처럼 보인다. 바람이 불 때마다 대나무가 서로 부딪히는 소리가 났는데 그 소리가 좋았다.
숲 전체에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대숲 외에도 편백나무 숲, 소나무 숲 구간이 있어서 걷다 보면 풍경이 바뀐다. 경사가 있는 구간이 있어서 막내는 중간에 안아줘야 했다. 전체를 다 돌면 한 시간 반 정도 걸린다. 천천히 걸으면서 숲 공기를 마시는 게 이곳의 목적이다. 운동 삼아 빨리 걷기보다 느리게 걷는 게 맞다.
입장료가 있다. 사유림이라 입장료를 받는데, 그 덕분에 숲이 잘 관리되고 사람도 적당히 걸러진다. 우리가 간 평일 오전엔 사람이 거의 없어서 대숲을 거의 전세 낸 것처럼 걸었다. 주차는 입구 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 한 가지 알아둘 건, 화장실이 입구 쪽에만 있어서 숲에 들어가기 전에 다녀오는 게 낫다는 거다. 아이들이 숲 한가운데서 화장실을 찾는 일이 없도록 미리 챙겼다.
| 아홉산숲 방문 팁 | 내용 |
| 위치 | 부산 기장군 철마면 / 400년 가꾼 사유림 |
| 6월 방문 포인트 | 대숲 천연 냉기 / 여름 더위 피하기 좋음 |
| 구성 | 대나무 숲 + 편백 + 소나무 구간 / 경사 있음 |
| 화장실 | 입구에만 있음 / 들어가기 전 이용 권장 |
| 입장료 | 유료 / 관리 양호 / 한산함 |
죽성성당과 오랑대공원, 기장 해안의 두 얼굴

죽성성당은 기장군 죽성리 바닷가에 있다. 한 가지 알아둘 건 이 성당이 진짜 성당이 아니라 드라마 세트로 지어진 건물이라는 점이다. 이걸 모르고 가면 "왜 안에 아무것도 없지?" 하고 당황할 수 있다. 드라마 촬영을 위해 만든 외관 위주 건물이라 내부는 비어 있다. 그래도 바닷가 언덕 위에 하얀 성당이 서 있는 풍경 자체가 사진이 잘 나와서 인기 있는 곳이다.
성당 앞으로 바다가 펼쳐진다. 6월 초여름 맑은 날이라 바다색이 시원했다. 성당 건물과 바다를 한 화면에 담으면 이국적인 사진이 나온다. 아이들은 성당 안이 비어 있는 걸 보고 의아해했는데, 드라마 세트라는 걸 설명해줬더니 "가짜야?"라고 했다. 가짜라기보다 영화 촬영용이라고 다시 설명했다. 실제 종교 시설은 아니지만 풍경 명소로는 충분한 곳이다.
오랑대공원은 죽성성당에서 차로 10분 거리다. 기장 해안의 일출 명소로 유명한 곳인데, 바위 해안 위에 작은 정자가 있고 그 너머로 바다가 보인다. 일출 시간에 오면 해가 바다 위로 떠오르는 장면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우리는 일출 시간에 맞춰 가진 못했고 낮에 들렀는데, 낮에도 탁 트인 바다 풍경이 좋았다. 파도가 바위에 부딪히는 해안이라 아이들이 바위 사이를 조심스럽게 다녔다.
오랑대공원 바위 해안은 미끄러울 수 있어서 아이들 데리고 갈 때 주의가 필요하다. 막내가 바위 위에서 뛰려고 해서 손을 꼭 잡았다. 6월이라 바닷바람이 적당했는데, 파도가 높은 날엔 바위 가까이 가지 않는 게 안전하다. 입장료가 없고 주차도 무료다. 일출을 보려면 다음에 새벽에 다시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기장 1박 2일을 정리하며
숙소는 기장 해안 쪽으로 잡았다. 바다가 보이는 숙소를 원했는데 6월 초라 성수기 전이어서 주말인데도 13~15만 원 선에서 구할 수 있었다. 7~8월 성수기였다면 훨씬 비쌌을 거다. 기장은 해산물이 유명한 지역이라 저녁은 회로 먹었다. 기장 멸치와 미역이 특산물이라는 걸 현지에서 알았다.
이튿날 아침 일찍 해동용궁사를 보고, 아홉산숲을 거쳐 죽성성당과 오랑대공원을 돌았다. 동선상 용궁사를 아침에, 숲을 오전에, 해안을 오후에 배치한 게 맞았다. 더운 6월 낮 시간을 대숲에서 보낸 게 더위를 피하는 데 효과적이었다.
귀가는 둘째 날 오후 4시쯤 출발했다. 청주까지 세 시간 가까이 걸렸다. 부산에서 충북으로 올라오는 길이 머니까 일찍 출발하는 게 낫다. 아이들이 차에서 해동용궁사 파도 소리 얘기를 했다. 막내가 "절에서 바다 소리 나는 거 신기했어"를 반복했다. 기장은 부산 안에서도 덜 알려진 편인데, 해운대의 번잡함 대신 해안의 다양한 표정을 보고 싶은 가족한테 맞는 곳이다. 다음에 온다면 오랑대 일출을 보러 새벽에 움직이고 싶다.
| 장소 | 6월 방문 포인트 | 솔직한 한 줄 평 | 소요 시간 |
| 해동용궁사 | 바다 위 사찰 / 오전 8시 이전 권장 | 이른 아침이 답 / 낮엔 사람에 떠밀림 | 1시간~1시간 30분 |
| 아홉산숲 | 대숲 천연 냉기 / 여름 더위 피난처 | 평일은 거의 전세 / 화장실 미리 | 1시간 30분 |
| 죽성성당 | 바닷가 흰 성당 / 드라마 세트 | 실제 성당 아님 알고 가야 함 | 30분 |
| 오랑대공원 | 일출 명소 / 바위 해안 | 낮도 좋지만 일출이 진짜 / 바위 주의 | 30~40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