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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에서 마주한 것들, 우주와 역사와 바다

by lemvra 2026. 6. 10.

고흥을 목적지로 잡은 건 나로우주센터 때문이었다. 아이들한테 로켓 발사대를 보여주고 싶었다. 거기에 소록도와 녹동항, 팔영산까지 묶으면 1박 2일이 된다는 걸 계획하면서 알았다. 그런데 소록도를 찾아보다가 이 섬이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일제강점기부터 한센병 환자들이 강제로 격리됐던 섬이라는 역사를 먼저 이해하고 가야 했다. 5월에 다녀왔고, 고흥은 생각보다 넓고 깊은 곳이었다.

청주에서 고흥, 세 시간의 거리

율량동에서 고흥까지는 약 250~260km다. 호남고속도로 타고 벌교 방향으로 내려가다가 고흥으로 빠지는 경로가 일반적이다. 세 시간 안팎이 걸리는데, 고흥 시내까지 들어오면 시내에서 각 목적지까지 또 이동이 있다. 나로우주센터는 봉래면이고, 소록도는 도양읍이고, 팔영산은 영남면이다. 고흥군이 넓어서 군 안에서의 이동 시간도 꽤 된다.

우리는 토요일 오전 6시에 출발해서 나로우주센터에 9시 20분쯤 도착했다. 도착 전에 휴게소에서 한 번 쉬었다. 고흥은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가 어렵고 각 명소 간 이동도 자가용이 아니면 힘들다. 렌트카 없이 공중교통만으로 다니기엔 맞지 않는 지역이다.

나로우주센터, 아이들이 가장 좋아한 곳

고흥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과 나로호 발사대 외부 전경

나로우주센터는 한국 최초 우주발사체 나로호를 쏘아 올린 발사 기지다. 우주과학관이 함께 운영되는데, 이게 생각보다 볼거리가 많았다. 실제 발사체 모형이 전시돼 있고, 우주 탐사 역사와 위성 작동 원리 같은 것들이 체험형으로 구성돼 있다. 아이들이 여기서 가장 오래 있었다.

첫째가 로켓이 어떻게 대기권을 뚫는지 설명 패널을 한참 읽었다. 둘째는 우주복 입어보는 체험 앞에서 줄을 섰다. 막내는 우주선 모형 안에 앉아서 "나 우주 간다"를 반복했다. 과학관 전시물이 어른 눈에도 흥미로운 수준이라 가족 단위로 오기 좋은 곳이다. 체험 위주라 아이들이 지루해하지 않는다.

발사대를 직접 볼 수 있는 투어 프로그램이 있다. 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미리 확인하고 맞춰 가는 게 맞다. 우리는 투어 시간을 놓쳐서 발사대는 멀리서만 봤다. 다음에 오면 발사대 투어를 꼭 넣겠다고 생각했다. 우주과학관 입장권으로 발사대 투어가 포함되는지 별도인지 홈페이지에서 미리 확인해야 한다. 주차는 넓고 무료다.

항목 내용 메모
위치 전남 고흥군 봉래면 나로우주센터로 고흥 시내서 차로 40분
우주과학관 체험형 전시 / 아이 흥미 높음 소요 시간 1시간 30분~2시간
발사대 투어 지정 시간 운영 / 사전 시간 확인 필수 놓치면 멀리서만 조망
입장료·주차 과학관 유료 / 주차 무료 홈페이지 사전 확인 권장

소록도, 알고 가야 하는 섬

고흥 소록도에 갈 수 있는 소록대교와 소록도

 

소록대교가 놓이면서 소록도는 차로 들어갈 수 있게 됐다. 녹동항에서 다리를 건너 들어가는데 몇 분이면 닿는다. 섬 안에 들어서면 다른 관광지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조용하고, 무겁고, 어딘가 슬프다.

소록도는 1916년 일제강점기에 한센병 환자들이 강제 격리된 섬이다. 격리라는 말로는 부족한데, 강제 노역과 인권 침해가 수십 년간 이어진 공간이다. 환자들은 외부로 나올 수 없었고, 심지어 섬 안에서도 직원 거주 구역과 환자 거주 구역이 나뉘어 있었다. 그 경계선이 지금도 섬 안에 남아 있다.

아이들한테 어떻게 설명할지 고민이 많았다. 방문 전날 밤에 소록도 역사를 간단하게 정리해서 이야기해줬다. 직접 설명하기보다 왜 이 섬이 슬픈 역사를 갖고 있는지를 먼저 이해시키려 했다. 섬 안 박물관에 전시물이 잘 정리돼 있어서 아이들이 직접 읽으면서 이해하는 부분도 있었다. 첫째가 "왜 병 걸렸다고 섬에 가뒀어요?"라고 물었다.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하면서 인권이라는 개념까지 대화가 이어졌다.

소록도를 관광지로만 오면 아쉽다. 이 섬에 남아 있는 사람들이 아직 있고, 그 역사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섬 안을 걸을 때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봐야 하는 곳이다. 5월이라 섬 안 나무에 초록이 올라와 있었는데, 그 풍경이 역사와 대비되어 더 고요하게 느껴졌다. 섬 자체는 아름답다. 그래서 더 마음이 복잡했다.

소록도 방문 전 알아둘 것 내용
접근 소록대교 차량 진입 / 녹동항 인근
역사적 배경 1916년부터 한센병 환자 강제 격리지 / 인권침해 역사
아이 동반 팁 방문 전 역사 설명 필수 / 박물관 함께 관람 권장
관람 태도 조용하고 천천히 / 현 거주민 있음
입장료 무료

녹동항과 팔영산

고흥 팔영산 8개 봉우리 암릉과 다도해 전망 풍경

녹동항은 소록도 들어가는 다리 바로 앞에 있는 포구다. 수산시장이 있어서 싱싱한 해산물을 볼 수 있다. 5월에 갔더니 주꾸미랑 낙지가 많았다. 녹동항 수산시장에서 점심을 먹었다. 낙지볶음을 시켰는데 맵기가 상당해서 아이들은 못 먹고 어른들만 먹었다. 아이들이랑 녹동항 수산시장을 간다면 낙지볶음보다 회나 해물탕 쪽이 낫다. 5월은 주꾸미 시즌 끝물이었는데 그래도 신선했다.

팔영산은 고흥군 영남면에 있다. 8개의 봉우리를 가진 산인데 암릉이 많아서 경치가 독특하다. 다도해가 내려다보이는 전망이 유명하다. 다만 아이 셋 데리고 팔영산 전 구간을 타는 건 무리라고 판단했다. 우리는 제1봉까지만 오르고 내려왔다. 30~40분이면 제1봉에 닿는데, 거기서 보이는 다도해 전망으로도 충분했다.

5월 팔영산은 나무가 연두색으로 물드는 시기다. 암릉 위에서 보이는 다도해가 초록 바다 빛이었다. 섬들이 점점이 박혀 있는 풍경이 고흥이 다도해 지역이라는 걸 실감하게 해줬다. 아이들이 "저 섬에도 사람이 살아요?"라고 물었다. 섬들을 하나씩 보면서 지도 얘기를 했다.

고흥 1박 2일을 마치며

숙소는 고흥 읍내 쪽으로 잡았다. 5월 주말 기준 9~11만 원 선이었다. 고흥은 관광지화가 많이 되지 않은 지역이라 숙소 선택지가 넓지 않았다. 이튿날 아침은 읍내 식당에서 간단하게 먹고 팔영산을 다녀온 뒤 귀가했다. 청주까지 세 시간 남짓 걸렸다.

고흥이 멀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다녀오고 나니 이 거리가 아깝지 않았다. 나로우주센터는 아이들한테 확실한 볼거리를 줬고, 소록도는 어른인 나한테 오래 남는 여행지가 됐다. 같은 1박 2일 안에 이렇게 다른 무게의 공간들이 있다는 게 고흥 여행의 특징이다.

소록도는 다음에 혼자 또는 아이들이 조금 더 크면 다시 오고 싶다. 아이들이 역사를 더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 이 섬이 더 많은 것을 이야기해줄 것 같다. 첫째가 집에 와서 소록도 역사를 검색해봤다고 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장소 5월 방문 포인트 솔직한 한 줄 평 소요 시간 입장료
나로우주센터 체험형 우주과학관 / 아이 최고 발사대 투어 시간 미리 확인할 것 1시간 30분~2시간 유료
소록도 5월 봄 초록 / 역사 무게 있음 알고 가야 다르게 보이는 섬 1~2시간 무료
녹동항 5월 주꾸미 끝물 / 낙지 신선 낙지볶음 맵기 주의 / 아이 메뉴 따로 30~40분 식사 별도
팔영산 봄 연두 + 다도해 전망 제1봉까지만도 전망 충분 왕복 1시간~1시간 30분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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